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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시아나]해외서 빚낸 1조5000억원 리스채무 ‘부도 방아쇠’ 되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3.25 17:17

수정 2019.03.25 17:17

신용 BB+땐 조기상환 ‘트리거 조항’
대부분 해외투자자 협상 여지 적어
신용공여 걸린 기업銀 떠안을 수도
[위기의 아시아나]해외서 빚낸 1조5000억원 리스채무 ‘부도 방아쇠’ 되나

감사의견 '한정'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ABS발(發) 동반부도(크로스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산유동화증권(ABS)뿐만 아니라 리스채무에도 조기상환 특약이 걸려 있어 연쇄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크로스 디폴트 우려, 3조원 부채 폭탄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리스부채에는 특정 차입에서의 채무불이행은 금융리스부채의 조기지급사유에 해당한다는 특약이 걸려 있다. 일정 차입 상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 리스 채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는 트리거 조항인 셈이다. ABS에도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 미만인 BB+(투기등급)로 내려앉을 경우 자산유동화사채를 조기에 상환해야 한다'는 트리거 조항이 걸려 있다. ABS 및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잔액(3월 기준)은 총 1조2351억원 수준이다.
신용등급 저하에 따른 ABS의 조기상환특약 발동 시 항공기 리스채무 채권자들의 조기상환 요구까지 불러올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선 크로스 디폴트를 우려하고 있다. 회사채(공사모 포함) 1950억원, 기업어음(CP) 1200억원, 전자단기사채 842억원의 잔액까지 더하면 아시아나항공의 크로스 디폴트 대상 부채규모는 총 3조1343억원에 이른다. 회사채 공모 투자자들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다. 다음달 25일 만기를 맞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아시아나항공86'은 유통시장에서 퇴출된다. 한국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의 상장채권 '아시아나항공 86'이 오는 4월 8일 상장폐지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폐지 사유에 대해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감사의견 한정"이라고 설명했다.

■리스채무가 관건

업계와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리스채무(1조5000억원)와 관련한 해외 투자자다. 업계에서는 최악의 상황인 디폴트가 닥칠 경우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의 열쇠를 리스채무 투자자들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 ABS의 경우 대부분 국내 투자자인 데 반해 리스채무는 대부분 해외 투자자이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과는 채권 만기연장에 대한 협의의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해외 채권자들은 그렇지가 않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영업현금이 확보가 돼야 관련 채무를 줄일 수 있지만 의미있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차환하는 형국이었지만 차환도 어렵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도 불똥

은행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IBK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특수목적법인(SPC) 색동이 제19·20·23차가 발행한 ABS 중 일부인 2537억원에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행이 대신 상환에 나서야 한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ABS, CP , 전단채에 투자한 증권사들도 불안한 상황이다. KB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신영증권 등은 연 4.3~5.30%의 금리를 노리고 이들 단기물에 투자했다. 증권사들은 ABS, CP 등을 인수해 신탁상품 형태로 만들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등급 산정에 대한 신평사들의 고민도 크다.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는 것만으로도 아시아나항공 기업의 경영지속 여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신평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하향검토 대상에 등록한다고 밝혔다.
또 10개 SPC에서 발행한 ABS 및 ABSTB 등급도 각각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올렸다. 신평사들은 아시아나항공과 삼일회계법인이 협의하에 감사의견 '한정'을 다시 되돌릴 여지가 있다며 기대하고 있다.
그럴 경우 등급하향 검토대상도 해지된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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