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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대니 또 들썩…범LG家 구본호의 재등장

유준호 기자
입력 : 
2019-07-19 17:47:49
수정 : 
2019-07-20 10: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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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LG家 3세…증시 전격복귀
주가조작 쇼크이후 11년만

상폐위기 UCI 유상증자 참여
최근 한달새 주가 3배 올라
이아이디·광림도 반짝 상승

실적부진에도 재벌후광 효과
묻지마 투자는 경계할 필요
사진설명
2008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국내 주식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LG가(家) 3세 구본호 씨(44)가 올해 본격적인 투자활동에 다시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좀처럼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구씨가 최근 상장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잇달아 인수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씨가 손을 댄 종목마다 주가가 일시에 큰 폭으로 올라 국내 증시에 다시 '구본호 테마주'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실적이 꼭 뒷받침된 것은 아닌 만큼 일반 투자자들은 투자 전 해당 상장사의 실적과 성장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구씨는 본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판토스홀딩스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 UCI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교육 관련 업체인 UCI는 지난달 13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는데, 이 중 판토스홀딩스가 100억원, 구씨가 30억원을 납입했다.

UCI는 '구본호 효과'를 톡톡히 봤다. UCI는 회계처리 위반을 이유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 2016년 12월부터 거래정지 상태였다.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렸던 UCI는 지난 5월 2년6개월 만에 거래가 다시 시작됐지만, 거래재개 보름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났다. 하지만 6월 13일 UCI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판토스홀딩스와 구씨가 참여한다는 공시가 나오자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공시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이날까지 주가 상승률만 199.7%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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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호 씨
구씨는 LG그룹 창업주 고(故) 구인회 회장의 둘째 동생 구정회 씨의 손자다. 고 구본무 회장과는 6촌 관계다. 구씨는 LG그룹 계열사인 범한판토스(현 판토스)의 부사장을 지냈고, 현재는 여행사 레드캡투어의 지분을 38.39% 보유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더존비즈온, 미디어솔루션, 동일철강, 엠피씨 등에 투자했는데, 투자한 종목마다 주가가 크게 상승해 증권업계에서는 '구본호 효과'라는 별칭이 따라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 주가조작에 관여해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되며 시장에 충격을 준 뒤 구씨는 주식시장에서 비교적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구씨가 CB를 인수한 다른 상장사 역시 일시적이나마 주가가 크게 급등했다. 지난 2월 1일 코스닥 상장사 광림은 판토스홀딩스가 100억원 규모의 이 회사 CB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CB 인수 직후 광림은 2거래일에 걸쳐 주가가 15% 올랐다. 공시일을 기준으로 한 달 전부터 주가가 44.5% 오른 상태였다.

최근 들어서는 구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레드캡투어의 계열회사 케이케이홀딩스를 통한 CB 매입도 이뤄지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이아이디는 이달 4일 케이케이홀딩스가 CB 50억원을 장외에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아이디는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케이케이홀딩스가 30억원 규모의 이 회사 CB와 10억원 규모의 주식을 장외 매입했다는 공시를 내놓기도 했다. 이아이디 역시 앞선 공시일인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한 달 전부터 주가가 128.1% 올랐고, 공시 이후인 지난 16일에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실적 면에서는 크게 두드러진 상황은 아니다. 교육 입시 학원을 운영하는 UCI는 매출액이 200억원 안팎으로, 영업이익 역시 최근 3년 새 1억원 적자에서 4억원 흑자 정도에 머물렀다. 화장품 제조업을 주로 하는 이아이디는 매출액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연말 1213억원을 기록했지만, 3년 내리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광림 역시 2017년 이후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적 개선과의 합리적 연관성이 충분하지 않다면 막연한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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