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증권

더 심해진 외국인의 반도체株 `편애`

정희영 기자
입력 : 
2019-07-19 18:03:33
수정 : 
2019-07-19 23:20:13

글자크기 설정

코스피 外人 비중 38% 넘었지만
삼성전자·하이닉스에 매수 집중

이달 반도체 순매수 1조2천억
제외하면 韓증시 되레 순매도
전통 제조업 약화에 쏠림 심화
사진설명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비중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에 외국인 순매수액 중 90%가 쏠려 반도체 이외 업종은 큰 영향을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8%를 넘어섰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코스피에서 외국인 비중은 35.66%대에 불과했으나 7월에만 0.5%포인트 상승하는 등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날까지 38.1%를 기록했던 코스피 외국인 비중은 이날 37.60%로 소폭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38% 위로 올라선 것은 2006년 10월 17일 이후 13여 년 만에 처음이다. 2017년 6월부터 2018년 초까지 외국인 비중이 37%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38%에 미치지는 못했다.

반도체주에 쏟아진 순매수가 외국인 비중을 크게 늘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8952억원, 26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우선주 순매수액 637억원을 더하면 반도체 투톱에 쏟아진 순매수액만 1조2279억원에 달한다. 이달 외국인의 전체 순매수액인 1조1946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반도체 투톱 주식을 1조2000억원 넘게 살 동안 다른 코스피 상장사 지분은 오히려 팔았다는 의미다.

올해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은 총 6조278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우선주 순매수액 비중은 약 89%에 달한다.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며 두 기업의 실적 역시 악화됐지만 외국인은 오히려 반도체주를 사들일 뿐 다른 업종은 외면한 셈이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화학이나 조선, 기계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던 국내 기업들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경기 사이클이 악화되면 추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냉정하게 봤을 때 반도체 외 업종의 경쟁력 약화가 외국인 매매 추이에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반도체 기업의 실적은 나쁘지만 턴어라운드를 노리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관이 외국인의 반도체 매수를 이어받으면서 이날 코스피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81포인트(1.37%) 오른 2094.36으로 거래를 마쳤다.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4623억원어치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01억원, 3377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우선주는 이날도 각각 1.52%와 2.81%, 1.99%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종별 지수 기준으로도 코스피 전기전자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6% 오른 1만7172.83을 기록했다. 기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797억원, 635억원어치 순매수하며 반도체 종목을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411억원어치 순매수했으나, SK하이닉스 주식은 13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더욱 시장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준 점이 이날 코스피 상승으로 이어졌다.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며 일본 닛케이 225지수 역시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날 대만의 반도체 업체 TSMC가 하반기 수요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고,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도 클라우드 관련 부문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며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정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