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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행진 삼성전자…`시총 30% 상한제` 암초 만나

안갑성 기자
입력 : 
2019-10-23 17:38:04
수정 : 
2019-10-23 20: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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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서
특정종목 비중 30% 초과 못해
거래소, 11월말 기준 강제조정

9월 29%였던 삼성전자 비중
최근 닷새간 잇따라 30% 넘어
11월 31% 넘을땐 대상될수도
ETF·인덱스펀드 매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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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뛰어오르면서 시가총액이 상승한 결과 국내 증시에서 처음으로 한국거래소 시가총액 비중 30% 상한제(시총 30%룰)에 적용될 위기에 놓였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시가총액이 305조6528억원으로 집계된 삼성전자는 이날 종가 기준 5만12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시총도 지난해 6월 15일 이후 올해 들어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겼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전자의 코스피200 내 시총 비중이 30%대를 넘어섰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6일(30.12%)부터 22일(30.30%)까지 5거래일 연속 코스피200 내 시총 비중이 30%를 초과했다.

삼성전자 시총 비중이 30%를 초과하면서 지난 6월 처음 국내에 도입된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CAP)가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는 매년 5월과 11월 마지막 매매거래일 기준으로 직전 3개월 평균 편입비중이 30%를 초과하면 'CAP비율'(0~1 사이 값)이란 가중치를 둬서 비중을 조정한다. 예컨대 특정 종목 비중이 높아지면 해당 종목 주가 변동에 'CAP비율'을 곱해 실제 시총 변동 폭을 축소해 지수에 반영한다.

한국거래소는 다가오는 기준 시점인 11월 29일에 대비해 삼성전자의 코스피200 내 3개월 평균 편입비중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검토 대상 기간은 9~11월이다. 9월 한 달간 삼성전자의 코스피200 편입비중은 28.75%, 10월 1~22일은 29.76%로 30% 선에 다가가는 모습이다. 11월 한 달간 삼성전자 시총 비중이 평균 31%를 넘으면 '30%룰'에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상한제가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발동되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ETF가 추적 오차를 제거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삼성전자 주식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삼성전자가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되면 한국거래소에서 산출하는 'CAP비율'에 맞춰 인덱스펀드 등은 불가피하게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는 대신 타 종목 비중을 조절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방안도 있지만 실제 운용 환경에서 이처럼 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시장에 설정된 ETF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40조원대다. 이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상당수가 가장 대표적인 국내 시장 지수인 코스피200을 추종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인덱스와 ETF 등 패시브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회사들이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코스피200을 추종해야 한다.

그러나 업계에서 대부분의 인덱스 운용사들은 100~110개 종목을 뽑아 '부분복제'를 해서 운용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비중을 유지하고, 다른 종목 비중을 조정하는게 어렵다는 것이다.

시총 비중 상한제는 지수 내 특정 종목 편입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질 때 발생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특정 종목 편입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질 때 추종지수와 오차를 최소화해야 하는 인덱스펀드와 ETF는 기계적 매매로 수급 쏠림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또 올해 3월 11일 발표한 '현장 혁신형 자산운용산업 규제 개선' 이전까지는 금융위원회가 ETF나 인덱스펀드가 특정 종목을 자산 총액의 30%를 초과해 편입하는 걸 제한해 왔다. 규정상 편입 종목 10개 이상, 특정 종목 자산 비중 30% 이하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운용상 애로사항이 발생한다.

상한제 도입 방안이 발표된 지난해 11월 기준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26%였지만 코스피50 지수에서는 33%에 달했다. 당시 삼성전자 편입비중이 약 33%였던 코스피50 ETF 2개는 순자산 850억원 규모로, 30%는 현물, 나머지는 반드시 선물로 매수해 지수를 추종하는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를 겨냥해 시총 상한제가 실제로 발동될지 여부는 11월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에 달려 있다. 삼성전자 주가 전망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은 신중론을 펴고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상한제 적용 기준이 되는 기간에서 9월 평균 시총 비중은 30%에 미달했고 10월 중·후반에 이르러서야 30%를 초과했다"며 "상한제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11월에 최소 삼성전자 시총 비중이 31~32%에 도달해야 하고 주가 역시 크게 상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시장 평균 대비 주가가 급등할 때 CAP비율이 적용될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종목도 동반 상승하면 삼성전자 시총 비중도 재차 30%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의 수도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국내에서 시총 비중 상한제의 유일한 타깃이 됐지만 해외 관련 규정에 비하면 한국거래소는 보다 완화된 CAP 비중을 적용하고 있다. 해외 주요 지수는 시총 1위 종목 편입비중이 10% 미만으로 낮은 미국 S&P500과 영국 FTSE 100을 제외하면 대체로 10~20% 선에서 CAP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100은 20%, 독일 DAX는 10%, 유로스톡스50은 10%, 홍콩항셍지수는 15%를 적용하고 있다.

안길현 한국거래소 인덱스팀장은 "상장기업 시가총액이 비교적 골고루 분산돼 있는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 시장은 삼성전자가 독보적으로 비중이 높다 보니 30% 선에서 최대한 타협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 <용어 설명> ▷ 시가총액 비중 상한제도 : 코스피200, 코스피100, 코스피50, KRX300 등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에서 특정 종목 시가총액 비중을 30%로 제한하는 제도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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