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4년만에 외화 지준율 전격 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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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민은행, 위안화 강세에 제동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강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14년 만에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전격적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달러 약세 기조에 중국의 경제 회복이 뒷받침돼 위안화 강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위안화 흐름을 쫓아가는 원화도 강세가 이어져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 런민(人民)은행은 1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보다 0.17% 내린(위안화 가치 상승) 6.3572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고시환율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6월 7.1위안대까지 올랐던 위안화는 최근 6.3위안대로 떨어져 2018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날 런민은행이 외화예금 지준율을 기존 5%에서 7%로 2%포인트 올리며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위안화 강세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지준율을 마지막으로 인상한 건 2007년이었다. 당시 인상 폭도 1%포인트에 불과했다.

런민은행은 기습적인 지준율 인상에 대해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준율이 인상되면 중국 은행들은 외환 거래를 할 때 더 많은 달러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시중에서 유통되는 달러의 양은 감소한다.

중국 정부가 급격한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장기적으로 위안화 강세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외환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라면 위안화가 달러당 6.2위안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지나 빅토리노 SEB은행 아시아전략 헤드는 “지준율 인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위안화 가치를 계속 받쳐주는 한 위안화 강세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고 내다봤다. 이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2.0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일 정도로 중국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위안화와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원화도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내린(원화 가치 상승) 1105.9원에 마감했다. 2월 16일(1100.1원) 이후 최저치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7∼12월)로 갈수록 더 떨어져 107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지금 제동을 걸어주지 않으면 위안화가 달러당 6.2위안 아래로도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지준율 인상을 통해 강하게 개입했다”며 “이 여파로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완만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강세가 국내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3년 동안 위안화와 원화가 같이 움직였기 때문에 원화 강세 속도가 가파르지 않다면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중국#런민은행#위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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