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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4000돌파`에도 `경제 박사` 구리 값은 하락

김인오 기자
입력 : 
2021-04-02 15:25:14
수정 : 
2021-04-02 1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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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다시 돌고 제조업 지표 뛰는데
구리 값 조정…1달 여만에 7% 하락

美국채금리 오르자 과열해소 조짐
구리시장 순투기포지션 반토막

`미·중 경제회복 경쟁` 구리↑전망도

증시 공포지수 급락하고 금 값도 하락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경제 훈풍 기대 속에 4000선을 뚫었지만 정작 '경제 박사' 구리 가격은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분위기다. 제조업 등 산업 현장 실물 수요를 반영하는 지표라는 의미에서 박사라는 별명을 가진 구리는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이후 경기 회복을 선반영하면서 '원자재 슈퍼 사이클' 예상 속에 최고가를 달려왔다. 다만 지난 2월 말 미국 국채금리가 오르자 구리 가격은 기술주와 더불어 시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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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는 'KODEX 구리선물(H)'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이 최근 1달 여만에 5%넘게 빠졌다. 지난 1일 마감 가격(7320원)을 기준으로 지난 2월 24일(7719원) 대비 5.17% 떨어진 상태다. 앞서 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금속 선물시장에서 구리 4월물 가격은 1파운드당 4.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월 24일 4.29달러에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시세가 당시보다 7% 떨어진 수준이다. 구리 시세를 추정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유나이티드스테이츠코퍼인덱스펀드'(종목코드 CPER)는 1일 뉴욕증시에서 24.76달러를 기록해 지난 2월 24일 대비 시세가 7.47% 하락했다.

1일 IHS 마킷이 발표한 미국 3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59.1로 2월(58.6)보다 뛰었다. IHS 마킷PMI와 유로존 공장 가동률도 24년 만에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독일 DAX지수 역시 0.66% 올라 사상최고치(1만5107.17)를 기록했다. 이날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NN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위기 요인이 있지만 일자리 등이 회복하고 있으며 인플레 기대가 커지는 건 정책 효과"라면서 "미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6.50%으로 전망되며 중국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국 인사 발언과 주요국 산업 현장 지표가 낙관적임에도 불구하고 구리 가격이 떨어진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달 마지막 주 구리 파생상품 투기적순포지션은 4만5400계약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월 27일 주간(7만5400계약) 대비 40%가까이 급감했다. 투기적 순포지션은 선물시장을 주 무대로 비상업적(투기적) 거래자들의 매수 미결제 약정에서 매도 미결제 약정을 뺀 것을 말한다. 순포지션이 줄었다는 것은 미래 상승장에 베팅하는 투기 수요가 그만큼 감소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ED&F맨캐피털의 에드워드 메어 금속 거래중개인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를 통해 "올해 일찌감치 깐 거품이 현실을 자각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면서 "구리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어떻게 하지?'를 되묻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올해 경제 성장률이 6.50%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 가운데 지난 달 31일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조2500억 달러 규모 친환경·인프라스트럭처 지원책까지 냈지만 구리 시장은 조정 국면에 다다랐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리 시세가 상승세를 돌이키고 있는 것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 2월 말 부터 미국 경제 회복 낙관론에 따른 원자재 시장 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두드러지고 이에 따라 10년물 금리가 높아졌는데, 당시 뉴욕증시에서는 애플·테슬라 등 기술주가 고평가 부담 부각 탓에 하락세를 거듭한 바 있다. 구리는 그간 '원자재 슈퍼 사이클'과 더불어 친환경 산업 수요까지 기대한 투기자들의 매수 탓에 가격이 고공행진했었다.

다만 앞으로 '미·중 경제 회복 경쟁' 탓에 구리 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미·중 경제 회복 경쟁' 탓에 구리 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친환경·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겠지만 중국이 전부터 구리를 싹쓸이했다는 이유에서다. 런던에 본사를 둔 무역회사 콩코드리소스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구리 1톤(t)당 가격이 기존 사상 최고치였던 1만190달러를 넘어 1만2000달러에 거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구리 무역상인 트라피구라 그룹은 1만5000달러를 점쳤다. 중국발 코로나19 탓에 전세계 주요국이 사상 초유의 락다운(봉쇄)를 선언한 지난 해 3~4월 중국은 구리를 집중 매입했다. 지난해 미가공 구리(unwrought copper) 중국 수입량은 670만t이다. 직전 해의 30%에 해당하는 140만t을 더 수입했다는데, 140만t만 해도 미국 연간 구리 소비량 전체와 맞먹는 규모라고 야후 파이낸스는 전했다. 업계는 특히 중국 국가준비국(SRB)이 구리 값 하락기에 30만~50만t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한다.

한편 '안전 자산'으로 통하는 금은 선물시장에서 5월물 가격이 1온스당 1730.30달러를 기록했다. 금 값은 지난 해 8월 2000달러선을 돌파한후 올해 1월 초 1950달러 선을 다시 넘기도 했지만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 바 있다. 뉴욕증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가 지난 1일 17.33 을 기록해 18 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잦아들면서 금 투자 수요도 떨어진 결과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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