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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및 세계의 본부로 주목받는 태국

입력 : 
2021-06-14 09:00:02
수정 : 
2021-06-15 10: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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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태국투자청
1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한 토요타(Toyota Motor Corp)에게 태국은 시장 확대의 기회, 그 이상이었다. 태국은 1950년대, 117대의 소방차를 주문하며 일본의 첫 수출 대상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이제 동남아시아 제2의 경제대국이 된 태국과 토요타의 관계는 태국의 국경 너머로 확장되었다.

오늘날 태국은 토요타 차량과 트럭을 생산하는 주요 제조국일 뿐 아니라, 2019년 기준 토요타 세계 생산량의 12%에 해당하는 11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20개 국가의 엔지니어링과 제조를 총괄하는 토요타 아시아 본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토요타의 아시아 지역 본부인 토요타 다이하쓰 공업 및 제조회사(Toyota Daihatsu Engineering and Manufacturing Co.), 즉 TDEM은 북미, 유럽, 중국을 담당하는 세 곳의 지역 허브와 함께 토요타의 글로벌 운영에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TDEM의 프라스 가네시(Pras Ganesh)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태국을 세계 사업의 본부로 삼은 대기업은 토요타뿐이 아니다. 세계 최대의 식품 및 음료 회사인 스위스의 네슬레(Nestlé SA), 중국 제1의 통신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5G 특허 포트폴리오를 가진 화웨이(Huawei Technologies Co., Ltd.)도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의 에너지 대기업인 엑손모빌(Exxon Mobil Corp.), 유럽의 대표적인 타이어 제조사 미쉐린(Michelin), 즉석 컵라면을 발명한 일본의 닛신식품(Nissin Foods),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주류회사 소속인 브랜드 산토리(BRAND's Suntory)도 지역 본부로 태국을 선택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329개의 다국적 기업이 태국 투자청(Board of Investment)의 인센티브를 활용해 태국을 아시아의 여러 국가, 아시아 전체, 심지어는 아시아 바깥의 지역까지 포괄하는 세계 허브로 삼았다.

인구 수 20억 명 이상의 광범위한 지역을 담당하는 토요타의 엔지니어링 및 제조 부문 아시아 본부, TDEM이 대표적인 사례다. TDEM은 6억 7,400만 명의 소비자를 가진 아세안 소속 동남아시아 국가 10곳과 더불어 인도(14억 명), 파키스탄(2억 1,700만 명)을 비롯한 10여 개 국가의 토요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방콕 외곽의 싸뭇쁘라깐(Samutprakarn)에 위치해 2,400명의 직원과 뛰어난 연구개발 팀을 보유한 TDEM은 남아프리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멀리 떨어진 토요타 지사에도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태국에서 생산된 토요타 자동차는 일본의 내수 시장으로도 수출된다.

어떻게 이처럼 글로벌 비즈니스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태국에 맡기게 되었냐는 질문에 가네시 부사장은 정부의 지원, 지리적 위치, 세계적인 수준의 연결성, 빠르게 성장하는 램차방(Laem Chabang) 항구를 비롯한 물류 인프라, 그리고 뛰어난 교육 수준과 적극성을 지닌 지역 인재를 길러내는 훌륭한 대학을 꼽았다.

가네시 부사장은 태국의 분위기가 해외 출신의 경영진 입장에서 편안하다고도 덧붙였다. “교육, 생활 방식, 상점, 의료 등 많은 부분에서 품질과 서비스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지역 본부 설립을 생각하는 기업에게 태국은 적합한 국가이며 방콕은 완벽한 도시다”라고 그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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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태국투자청
태국은 실제로 여러 차례 해외 투자자들과 협력해 성공적인 지역 및 글로벌 비즈니스를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30년 동안 태국은 정부의 전략과 투자청의 혜택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의 주요 국가로 부상했으며, 국제자동차제조사기구(OICA)와 태국 전기전자연구소(EEI)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자동차 제조국이자 13번째로 큰 전자제품 제조국이 되었다. 또한, 태국은 농경 분야의 풍부한 이점을 활용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식품 수출국으로 거듭났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태국이 세계 의료 허브로 발전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미 태국에 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많은 기업을 보면 태국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강점과 미래의 전망을 모두 알 수 있다. 투자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태국에 지역 본부를 설립한 기업 중 25%가 자동차 및 전기전자 분야였으며, 식품, 기술, 의료 서비스 부문의 투자도 두드러졌다.

중국의 화웨이는 태국의 디지털 미래와 지역적인 포부에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기술 대기업인 화웨이는 22년 전 태국에 처음 지사를 세웠고, 2016년에는 ASEAN 본부를 태국에 설립했다. 뒤이어 2017년에는 개방형 연구소를 열었으며, 2019년에는 태국의 첨단 기술 특구인 동부경제회랑(EEC)을 아시아 최초의 5G 시험대로 삼았다. 현재 화웨이가 태국에서 고용한 직원은 3,200명으로, 이 중 88%가 현지 고용이다. 화웨이는 향후 3년 안에 디지털 인재 3만 명을 추가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EEC에 화웨이 아세안 아카데미(Huawei ASEAN Academy)를 설립하기도 했다.

3월에 열린 투자 웨비나 발표에서 태국 화웨이 테크놀로지(Huawei Technologies) CEO, 아벨 뎅(Abel Deng)은 태국이 5G 기술 출시에 있어 아세안 최고의 선진국이라고 표현했다.

최대 70%의 태국 기업이 3년 내에 클라우드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한 그는 화웨이가 태국의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해 세 번째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를 열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뎅 CEO는 이 투자가 벌써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해 태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화웨이의 140개국 글로벌 에코시스템에서 가장 뛰어났다”고 전한 뎅 CEO는 “우리는 태국에서 훌륭한 사업과 투자 환경을 갖췄다”고 말했다.

태국에 지역 본부나 글로벌 본부를 설립하려는 회사는 국제 비즈니스 센터(IBC)로 분류되는 경우 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신청할 수 있다. 즉, 태국에서 설립된 회사로서 태국이나 해외에 위치한 연계기업(associated enterprise)에 경영 및 기술 지원이나 재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여기 해당한다.

혜택이 승인되면 태국 투자청과 국세청(Revenue Department)에서 법인소득세 및 개인소득세 감면, 연구개발과 교육 목적의 기계류에 대한 수입 관세 면제, 핵심 인재를 위한 이주 절차를 간소화하는 일명 ‘스마트 비자’를 비롯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식품 및 음료 대기업인 네슬레는 지난 30년 동안 태국 투자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방콕 지역에 7개의 공장을 설립하고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주변국과 태국의 운영을 총괄하는 지역 본부, 네슬레 인도차이나(Nestlé Indochina)를 세우며 비즈니스를 10배까지 성장시켰다. 네슬레 인도차이나는 유럽의 본사를 비롯해 다른 50여 개 국가에도 제품을 수출한다.

네슬레 인도차이나 기업부 담당(Corporate Affairs Director)인 노파돌 시와부트르(Nophadol Siwabutr)는 "태국 투자청의 원스톱 서비스는 아주 훌륭하다”고 표현하며, “큰 공장은 대부분 태국 투자청 지원으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UHT(초고온 처리) 음료, 아이스크림, 반려동물 식품을 제조하는 3개 공장에 대해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보면 네슬레가 지역 본부로서 태국을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노파돌은 말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연간 지출 대비 크게 증가한 금액이다. 네슬레 인도차이나의 직원은 총 3,500명으로, 네슬레가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130개 국가 및 지역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곳으로 꼽힌다고 그는 덧붙였다.

네슬레에서 35년간 근무한 노파돌은 네슬레 인도차이나가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인재의 질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파돌은 해외 및 현지 경영진의 다양성 또한 고무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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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많은 다국적 대기업을 위한 물류 네트워크의 중심지, 태국의 동부경제회랑에 위치한 램차방 항구 근처의 카툰나티 시설 , 태국투자청
태국에 국제 본부를 두지 않은 해외 기업들도 최근 이런 경향이 태국 내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23년 전 하나의 고객사를 위해 태국에 건너온 벨기에 안트베르프의 국제 물류 기업, 카툰나티(Katoen Natie)는 현재 40개의 주요 다국적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425,000 제곱미터 규모의 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카툰나티 타일랜드(Katoen Natie Thailand)의 상무이사(Managing Direct), 아흐노드 데흐보드헨겐(Arnaud Derbaudrenghien)은 “동남아시아를 보면 태국의 인프라는 최고”라며, “어마어마한 물량을 처리하는 최고 수준의 항구는 도로를 통해 잘 연결되어 있고, 이제 정부가 철도에도 크게 투자하고 있다. 지역 본부를 설립하기 위해 태국으로 이동하는 기업들에게 아주 유리하다. 후회하는 기업이 없다. 해상 교통과 육로를 통해 뛰어난 연결성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토요타 아시아 본부의 가네시 부사장은 태국에서의 지역 본부 설립을 고려하는 다른 다국적 기업을 위한 선례로 TDEM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태국은 분명 넓은 지역을 총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우리 직원들도 훨씬 글로벌한 범위, 글로벌한 초점을 갖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최은화 디지털콘텐츠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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