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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에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다 살 수 있다?"

문지웅,김규식 기자
입력 : 
2021-09-12 14:26:27
수정 : 
2021-09-12 21: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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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아마존·LG생활건강
0.1株 단위로 투자 가능해져

해외주식 연내 전면허용하고
국내는 내년 3분기부터 도입
◆ 고가주식 쪼개서 매매 ◆

아마존, 알파벳, LG생활건강 등 주당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우량주를 커피 한 잔 값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위원회가 소수 단위 주식 거래(소수점 거래)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수점 거래가 허용되면 주식 가격이 비싸 접근성이 떨어졌던 고가 우량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MZ세대의 주식시장 참여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위는 해외 주식은 올해 안에, 국내 주식은 내년 3분기 중 소수점 거래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증권사는 10~11월 금융위에 신청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야 한다. 소수점 거래는 증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소수 단위 주문을 받고 부족분은 증권사 자체 자금으로 채워 온주(온전한 주식 1주)로 만들어 거래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소수점 아래 여섯째 자리까지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 주식은 주주와 회사 간 법률 관계 안정을 위해 1주 미만으로 분할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1주 단위 거래만 허용하면 주당 가격이 수십만,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 주식을 저소득층이 투자하기엔 버겁다. 아마존은 주당 3469달러(약 406만원), LG생활건강은 138만7000원(9월 10일 기준)이다. 기존 주(株) 단위가 아닌 '금액 단위'의 소수점 거래가 가능해지면, 아마존과 LG생활건강 주식을 1만원 혹은 10만원어치만 담을 수 있게 된다.

2019년 금융위는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등 2개 증권사에서 해외 주식에 한해 소수점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한투의 경우 지난해 8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전용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가 100만회를 넘었다. 거래대금 1조원 돌파도 앞두고 있다. 앱 이용객 중 75%가 2030세대일 정도로 소수점 거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증권선물부문 대표는 "아마존 같은 성장성 높은 우량주에 투자하고 싶어도 높은 가격 때문에 투자를 못했던 소액 투자자들에게 투자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문지웅 기자]

10만원으로 FAANG 분산투자 가능…지갑 얇은 MZ세대 솔깃

소수점 매매 전면허용, 고가주식도 쉽게 살 수 있어

얼마 안되는 종잣돈으로도
비싼 우량주 골고루 매수
매월 적립식 투자 새길 열려

증권사 10여곳 서비스 타진중
사진설명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아현 씨(31·가명)는 종잣돈 200만원으로 올해 1월부터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전셋집을 구하려고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녔는데 작은 빌라도 전세금으로 2억원을 요구하자 주식 투자로 돈을 불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주식 투자를 공부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에 따라 김씨는 우량주 5개를 골라 분산 투자하려고 했지만 곧바로 포기했다. LG화학과 같은 초우량주는 수십만 원을 호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테마주 하나를 골라 집중 투자했다가 주가 급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내외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은 김씨와 같은 소액투자자를 위해서다. 삼성전자, 카카오처럼 액면분할을 실시한 종목들은 소액투자자도 쉽게 거래할 수 있지만, 다른 대형주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예로 들면 지난 10일 종가 기준으로 92만5000원에 달한다. 김씨의 경우 2주만 거래하면 더 이상 살 수 없다. 증권업계가 한 목소리로 주식 소수점 거래를 요구했던 이유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소액투자자가 급속히 늘었는데 주가가 비싸 선택권이 제한적이었다"면서 "소수점 거래를 허용하면 소액으로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10%씩 똑같은 비중으로 분산 투자하려면 4987만원이 필요했다. 액면분할을 단행한 삼성전자의 경우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지만 다른 우량주들은 주당 가격이 10만원 이상이다. 만약 0.01주 단위로 거래할 수 있다면 종잣돈 50만원으로도 우량주 10개에 똑같이 분산 투자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를 허용하면 아이들이 세뱃돈으로 주식을 매매하면서 금융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면서 "증권사 또한 고객들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발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은 환영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처럼 모바일 플랫폼을 위주로 하는 증권사들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고객을 유치할 때 더욱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원 카카오페이증권 사업전략본부장은 "펀드를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고객들 반응이 좋다"면서 "투자 문화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소수점 거래의 전면 허용에 맞춰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12곳이 소수점 거래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해외 주식 거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면 시스템 구축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소수점 주문을 취합해 한국거래소에 1주 단위 온전한 주식으로 호가를 내야 한다. 만약 1주 단위에 미달하는 소수점 주문이 있으면 증권사가 자기 재산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문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한 선행 과정이 필요하다. 금융위가 해외 주식 소수점 단위 거래의 경우 올해 안으로 전면 허용하고, 국내 주식은 내년 하반기부터 서비스하기로 한 것 또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예탁결제원은 투자자의 증권을 보관하고 권리 행사를 위임받는 구조로 운영됐지만, 앞으로는 주식 거래와 예탁 과정을 펀드와 같은 신탁으로 전환해야 한다. 예탁원은 소수점으로 거래된 주식 권리를 행사하고, 보유한 주식에 비례해 배당금을 분배해야 한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소수점 거래를 도입하려면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일정한 기간 운영한 뒤 법령 개정 등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다소 하강 추세에 접어든 주식 투자 열풍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도 감지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3410억원에 그친다. 올해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이 18조1205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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