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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지불결제株 위기…아마존이 거부한 비자카드 5% 하락 [자이앤트월드]

김인오 기자
입력 : 
2021-11-18 17:33:16
수정 : 
2022-06-19 18: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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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英비자, 수수료 비싸"
경쟁자 늘어 성장세 주춤한
페이팔·스퀘어까지 뒷걸음

대형 온라인몰 의존 큰 데다
물가상승에 소비심리 위축
후불결제 열풍 불구 `휘청`
◆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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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로 내년부터 영국에서 발급된 비자카드를 결제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고 밝혀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카드사와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등 지불결제업체들 주식을 사들여온 투자자들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올해 뉴욕 증시에서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는 것과 반대로 지불결제업체들은 월가의 목표주가 하향과 투자자들의 매도세 탓에 주가가 부진하다.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비자카드 주가가 하루 만에 4.70% 떨어져 205.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아마존이 "영국에서 발급된 비자 신용카드가 거래 처리 수수료를 높게 받고 있어 내년 1월 19일부터는 아마존 상거래에 영국 발급 비자카드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여파다.

비자카드는 올해 초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디지털 상거래 처리 시 가맹점에 부과하는 환전 수수료를 올린 바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의 환전 수수료 상한선 제한이 영국에서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되자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아마존과 비자카드 간 불화에는 브렉시트에 따른 변화를 넘어 온라인 상거래업체와 지불결제업체들 간 수수료 갈등이 깔려 있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크로거도 2019년 과도한 수수료를 이유로 비자 신용카드 결제를 중단한 바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세계적인 지불결제업체들 주가는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를 보여준다. 비자카드는 올해 고점인 7월 27일(250.93달러) 대비 17일 현재 주가가 약 18% 떨어진 상태다. 올해 연중 수익률도 -5.83%다. 비자카드가 속해 있는 S&P500지수가 연중 26.70%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하락세다. 사정은 마스터카드도 비슷하다. 마스터카드도 최근 한 달과 연중 주가 수익률이 각각 0.20%와 2.18%로 대표주가지수에 비해 뒤처진 상태다.

기존 대형 카드사들의 경쟁자로 떠올랐던 핀테크업체 주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핀테크 대장주' 페이팔은 17일 하루 새 주가가 4.36% 떨어졌다. 이는 같은 날 하르시타 라왓 번스타인증권 분석가가 페이팔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매수)에서 시장수익률(중립)로 하향 조정한 데 따른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페이팔 주가는 최근 한 달과 연중 변동률이 각각 -23.70%와 -11.06%로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상태다.

핀테크업계에서 페이팔과 양강 구도를 이뤄온 스퀘어도 사정이 비슷하다. 같은 날 스퀘어는 하루 새 주가가 2.78% 떨어졌는데, 최근 한 달 주가 변동률이 -8.07%로 뒷걸음질한 상태다. 이달 4일 스퀘어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해당 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37달러를 기록해 월가 전망치(0.34달러)를 8.82%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알린 바 있지만 분기 매출은 38억4000만달러로 월가 전망치(46억1000만달러)를 밑돈 바 있다.

최근 미국·일본·호주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결제 트렌드로 뜬 '후불결제(BNPL)' 관련 강자로 떠오른 어펌은 아마존과 협력 소식을 연달아 발표하며 주가가 단기 급등했지만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급등락했다. 올해 연중 주가 변동률이 56.03%를 기록해 연중 기준 주가가 급등했지만 최근 한 달 새 -3.52%를 기록했다. 어펌은 페이팔과 스퀘어에 도전해 BNPL을 주도하는 업체다.

페이팔과 스퀘어, 어펌은 미국 핀테크 3대 간판주로 통해왔다. 어펌은 '페이팔 마피아'라는 애칭을 얻은 페이팔 공동창업자 출신 맥스 레브친이 창업했고, 스퀘어는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설립한 회사다. 다만 주가가 부진한 탓에 이들 기업에 투자해온 '돈나무 선생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의 '아크핀테크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도 최근 한 달 새 시세가 3.13% 떨어졌다.

이처럼 지불결제업체들이 부진의 늪에 빠진 데 대해 월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째, 업계 경쟁 격화에 따른 수익 성장세 둔화 우려, 둘째,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대형 상거래 플랫폼에 대한 높은 의존도, 셋째, 코로나19 이후 닥친 인플레이션 압박 속 소비심리 위축 가능성이다.

이와 관련해 라왓 분석가는 "핀테크 업체들이 '디지털 시대의 지갑'으로 혁신을 이끌어왔지만 지불결제업계 전반적으로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32%를 차지하는 아마존과 쇼피파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 이런 가운데 두 업체가 자체적으로 지불결제 서비스 사업을 시작해 기존 업체들을 위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페이팔을 중심으로 한 핀테크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페이팔은 결제서비스 '벤모' 덕에 3분기에 호실적을 냈지만 앞으로 전망이 어두워진 상태다. 일례로 캐나다 업체로서 북미권역에서 '제2의 아마존'을 넘보는 쇼피파이는 최근 자체결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투자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1.79% 뛰었다. 아마존은 2022년에 페이팔 벤모를 대체한다는 목표로 지불 서비스 개편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런 여파 등으로 벤모의 사업 수익 여력도 약화됐다는 평이 나온 바 있다. 페이팔의 모회사이던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도 일부 사업 관련 결제를 페이팔 벤모 대신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이팔과 스퀘어는 BNPL 서비스 부문에서 각각 일본 페이디와 호주 애프터페이를 인수해 어펌 견제에 나선 상태다. 다만 투자 비용 급증에 따른 일시적인 수익성 악화 우려도 덩달아 부각됐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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