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도 주가 고점에 임원진 스톡옵션 팔았다

카카오뱅크도 주가 고점에 임원진 스톡옵션 팔았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받은 카카오뱅크 주요 임원들이 지난해 8월 상장 직후 두어 차례에 걸쳐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 후 약 2주 만에 고점에서 상당한 차익실현을 거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임원 9명 중 5명이 지난해 8월 6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10일과 11일, 20~24일에 걸쳐 주식을 대거 매도했다. 이들이 팔아치운 주식은 총 29만5182주다. 상장 전 미행사된 스톡옵션(267만2800주)의 약 11%에 달한다.

전직 카카오뱅크 직원은 “상장 직후 주요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잇달아 행사해 회사 내부에서 경영진이 책임 경영과 주주보호 의지가 없다는 직원들 비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윤호영 대표가 당시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후 논란이 흐지부지됐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가 스톡옵션을 행사했다고 공시한 임원은 5명이다.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회사 상장 후 나흘 후인 8월 10일 11만7234주 중 약 90%인 10만6000주를 6만2336원에 매도했다.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후 처음으로 크게 하락했는데 시가 대비 9.04% 하락(7만1400원)한 채 장을 마쳤다.

정 CTO가 보유한 주식 90%를 매도한 10일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와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도 주식을 매도했다.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는 보유주식 8만2289주를 이날 전량 매도했다.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는 보유주식 3만5395주 중 71.7%에 해당하는 2만5395주를 매도(단가 6만8709원)했다. 다음날에는 남은 지분 중 5000주를 매도(단가 8만5600원)했다. 현재 유호범 책임자가 보유한 주식은 5000주이다. 전체 주식의 14.12%만 남기고 상장 한 달이 안 돼 매도한 것이다.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는 11일과 12일에 걸쳐 보유주식을 매도했다. 11일에는 3만6489주 중 31%인 1만1489주를 8만8459원에 매도했다. 12일에는 1만5000주를 8만4000원에 매도했다. 보유주식의 72.5%를 이틀 만에 팔아치웠다.

주요 임원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한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카카오뱅크 주가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들 임원의 두 번째 주식 매도는 8월 20일 시작됐다. 상장 직후 고평가 논란 속에 카카오뱅크 주가가 최고점을 형성한 시기다. 이 때 대비 현재(1월 19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9만1000원에서 4만1800원으로 5개월 만에 약 절반 하락했다.

김석 위험관리최고책임자는 보유주식 6만3775주 중 약 절반을 8월 20일과 23일에 각각 1만6000주(9만1375원), 1만2775주(8만9012원)를 매도했다. 현재 남은 주식은 3만5000주다.

정규돈 CTO는 24일에 남은 주식 1만1234주를 전량 매도했다.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는 27일에 남은 주식 1만주 전량을 매도했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 임원 9명과 직원 135명에게 스톡옵션 296만주를 부여했다. 상장 당시 미행사 수량은 267만2800주다. 스톡옵션 행사가격은 5000원으로 공모가격 대비 주당 3만4000원 평가 차익이 발생했다.

임원 5명이 매각한 주식수와 매도 단가를 단순 계산하면 정규돈 CTO 약 70억원,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 약 44억원,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 약 30억원, 김석 위험관리최고책임자 약 24억원,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 약 20억원으로 추산된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정규돈 CTO와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를 연임했다. 나머지 임원은 아직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다.

모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 창업과 성장에 기여한 임원진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은 결국 인센티브나 마찬가지여서 이들이 수익화를 시도한 것은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만 주주와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적당한 시점에 매도했는지 여부는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측은 “2019년 부여한 스톡옵션을 2년 후에 행사한 것이었고 물량도 크지 않다”며 “성과보상 차원에서 수익을 실현한 것이어서 법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