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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위기에 유가 `올해 100달러(?)` 원유 ETN 매수하는 개미들

김인오 기자
입력 : 
2022-01-24 15: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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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주재 美 대사관 직원 대피명령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임박 가능성에
지난 주 예맨 후티반군·UAE 충돌까지

월가 "상반기 유가 100달러"전망에
투자자들은 원유ETN·ETF 매수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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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 대피를 명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유가 급등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국에선 올 겨울 기록적인 한파가 이어진 탓에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뚫을 것이라는 전망이 오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를 위시한 대부분의 주식들이 올해 줄줄이 낙폭을 기록했지만 반대로 '화석 연료의 상징'인 석유 관련주는 급등세를 기록해왔다. 다만 월가에서는 유가가 단기에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면서도 올해 하반기부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상장지수증권(ETN)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코덱스 WTI원유선물'상장지수펀드(ETF)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주말 미국 국무부가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과 가족에 대해 대피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투자자들이 유가 상승세를 점친 결과다.

증시가 하락장임에도 불구하고 석유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이는 현상은 뉴욕증시에서도 비슷하다. 올해 뉴욕증시에서 '대형주 위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위주'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연중 기준 각각 8.31%, 13.04% 급락한 반면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 ETF(USO)는 10.85% 상승한 바 있다. 연중이라 함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부터 가장 최근 거래일인 지난 21일까지를 말한다.

유가가 오르는 배경은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이 맞물린 결과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미국 등 경제 성장에 따른 증가와 올해 겨울 미국 내 기록적 한파에 따른 난방유 수요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하루 단위 원유 수요는 1억80만 배럴로 지난해 대비 420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 측면에서는 두 가지 전운이 겹쳐 수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우선 중동 지역에서는 지난 주 예멘 반군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상대국 수도 공격에 나선 가운데 주요 산유국인 UAE 석유 시설도 공습을 받았다. 이 때문에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 가격이 배럴 당 85달러를 넘기고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이 90달러를 향해가면서 두 원유는 지난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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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긴장도 유가 상승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21일 현지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JP모건의 조셉 루프턴 이코노미스트 등은 연구 메모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긴장으로 유가가 이번 분기에 급등할 위험이 커졌다"면서 "우려하는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지난 해 4분기(10~12월) 평균 75달러였던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1~2분기 안에 100% 급등해 15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 측은 전세계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230만 배럴 감소하거나 총 공급량이 약 2% 줄어들 경우를 가정해 이같이 추정했다. 또 유가 급등으로 인한 공급발 충격 탓에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상반기 7.2%로 오를 수 있으며 이런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6% 쪼그라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하반기에는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랜시스코 블랑쉬 상품·파생상품 연구 책임자는 지난 주 연구 메모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브렌트유가 120달러로 뛸 수 있다"면서도 "유가 100달러 돌파는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며 올해 하반기 이후 평균 80달러 수준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 위기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 불가능하지만 사태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때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월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유가가 100달러를 찍을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올해 3분기에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으며, 내년에도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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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유가 급등세가 공급 측면 불안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석유 관련 투자 시 업종 선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 상승 요인임과 동시에 석유 기업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뉴욕증시의 경우 최근 5거래일 간 USO는 2.84% 올라선 반면 석유 기업에 투자하는 '에너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 ETF(XLE)는 같은 기간 0.97% 떨어졌다. 미국 대형 석유 기업들 주가를 3배로 따르는 '마이크로섹터스 US빅오인 인덱스 3X 레버리지드' ETN(NRGU)는 6.02% 급락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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