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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놔두고 왜?…12조짜리 '금 거울'이 우주로 간 이유[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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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놔두고 왜?…12조짜리 '금 거울'이 우주로 간 이유[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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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류가 개발한 역사상 최고의 천체 관측 기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웹 망원경)이 지난 25일 오후2시(미국 동부시간) 마침내 목표 궤도인 라그랑주2(L2) 지점에 도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캐나다 우주국(CSA), 유럽우주청 등 3곳이 무려 1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에 15년이라는 제작 기간ㆍ1만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최첨단 기술로 기존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100배 이상의 성능을 갖춰 우주의 탄생 비밀, 외계 행성ㆍ생명체 탐색 등 '우주 교과서를 새로 쓸'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도대체 '뭣에 쓰는 물건'인지 들여다 보자.


◆ '우주에 띄운 천문대'

우주망원경을 띄우는 데에는 최첨단 기술과 엄청난 제작ㆍ발사ㆍ운용비가 든다. 웹 망원경의 경우도 처음엔 10억달러 정도의 예산으로 하려다 기술 개발이 지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제작ㆍ발사비가 무려 100억달러(약 12조원)으로 급증했다. 발사체로 이용한 아리안5의 발사 비용만 해도 1kg당 1만달러가 넘는다. 6.21t의 무게를 감안하면 700억~800억원이 들었다. 게다가 지구상에도 엄청난 고성능 카메라를 갖고 있는 천문대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굳이 우주망원경을 띄우는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지상에서 관측할 수 없는 천체들을 우주에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별들이 내는 빛은 파장이 짧은 쪽부터 감마선, 엑스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로 구분된다. 파장이 짧을수록 높은 에너지를, 파장이 길수록 낮은 에너지를 가진다. 이중 가시광선과 전파만 지구 표면에 도착하고 자외선, 적외선, 감마선, 엑스선 등은 지구 대기 중에 있는 구름(물분자)이나 수증기 또는 이산화탄소 등에 의해 차단된다. 따라서 지상 망원경은 가시광선용 광학망원경과 전파망원경만 있다. 심지어 가시광선마저도 대기의 와류에 의해 상이 흐려진다.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게 대표적 사례다. 대기가 없는 우주에 가면 이같은 대기의 간섭 없이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다. 특히 지상과 달리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내내 별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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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원ㆍ성능ㆍ임무

웹 망원경은 가장 최근에 최신 기술로 완성된 우주망원경이다. 주거울과 보조거울, 태양가림막(sunshield)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경은 직경 6.5m, 넓이 25㎡의 크기의 육각형인데, 직경 1.3m 육각 조각 거울 18개를 합쳐 벌집 모양의 초경량 구조물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이하 허블)이 금속 코팅된 유리를 사용해 무거웠다면, 웹 망원경은 강도가 강철보다 6배나 높지만 가볍고 매우 안정적인 베릴륨을 거울판으로 사용했다. 베릴륨의 표면은 적외선 반사율이 99%에 달하는 금이 100nm(나노미터)의 얇은 두께로 코팅돼 있다. 별들의 적외선을 수월하게 관측하기 위해선 태양빛과 열을 가려야 한다. 이를 위해 파라솔처럼 펼치면 테니스 코트 1개 크기가 되는 5겹의 태양가림막(sunshield)도 장착했다.


최첨단 우주망원경 답게 초저전력 컴퓨터, 128개의 미세조정 셔터, 극저온 냉각기와 함께 4종류의 최첨단 광학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우선 근적외선 카메라(NIRCam)은 0.6~5.0μm의 근적외선 파장을 통한 이미지 관측 및 분광 관측을 수행한다. 특히 외계 행성ㆍ먼지 원반 같은 흐린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코로나그래프가 부착돼 있다. 또 다목적 분광 연구를 위한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 코로나그래프가 장착된 중적외선 관측 장비(MIRI), 저해상도ㆍ광시야 분광 연구를 위한 근적외선 이미저ㆍ슬릿리스 분광기(NIRISS)도 갖췄다. 이같은 최첨단 장비 덕에 웹 망원경은 기존 허블 우주망원경의 100배에 달하는 해상도ㆍ민감도를 자랑한다.


웹 망원경은 특히 지난달 25일 발사 후 한달간 약 150km를 항해하면서 영화 '트랜스포머' 속 로봇들처럼 변신을 해 관심을 모았다. NASA는 직경 5m에 불과한 아리안 5 로켓의 페이로드(화물적재함)에 웹 망원경을 넣기 위해 주요 부품들을 종이접기처럼 접을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발사 후 약 10일간 이를 펼치고 고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웹 망원경은 오는 6월 말부터 본격적인 관측ㆍ데이터 전송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남은 5개월간 18개의 거울의 기울기를 미세하게 조정해 일체화시켜야 한다. 또 내부 온도를 영하 233도까지 낮춰 최적의 내부 장비 가동 조건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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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블과 웹 망원경의 차이는?

1990년 우주에 올라간 허블은 직경 2.4m의 반사경을 갖추고 있어 해상도ㆍ민감도 등에서 60배가 큰 주경을 갖춘 웹 망원경에 비해 성능이 훨씬 떨어진다. 특히 가시광선용으로 최대 약 125억 광년 떨어진 별 빛을 관측할 수 있을 뿐이다. 즉 아주 먼 거리의 먼지 구름에 쌓여 있는 별이나 은하계는 가시광선이 빠져나오지 못해 허블로는 관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웹 망원경의 경우 가능하다. 빨간빛보다 파장이 더 긴 적외선은 먼지층을 뚫고 나오기 때문이다. 허블이 고도 600km에서 지구를 공전하지만 웹 망원경은 150만km 떨어진 L2 지점에서 태양을 공전한다는 점도 큰 차이다. 허블은 지구의 영향을 받아 선명도나 관측 거리에서 제한을 받지만 웹 망원경은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 라그랑주2 지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ㆍ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별도의 추진력이 필요없다는 점도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 단 웹 망원경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고장났을 경우 현재로선 직접 수리가 불가능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스페이스X가 만들고 있는 스타십, 자체 제작 중인 SLS 등 초대형 우주 발사체가 완성될 경우에나 '수리공'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지구에서 심우주네트워크(Deep Space Network)를 통해 원격 조작ㆍ수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하는 한편 셀 수 없는 반복 테스트와 내구성 강한 소재ㆍ시스템ㆍ부품으로 제작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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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으로 불리는 이유는?

웹 망원경의 주요 임무는 초기 우주의 은하계를 관측하고, 아주 먼 은하계의 먼지 구름에 둘러 쌓인 외계 행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또 태양계의 목성, 토성 등 비교적 멀리 떨어진 행성들을 보다 자세히 관찰하고, 우주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찾는 것도 주요 목적이다. 이를 두고 '타임머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우주 탄생의 '비밀'과 관련이 있다. 웹 망원경의 최대 관측 성능은 약 135억 광년 떨어진 별에서 오는 적외선을 포착할 수 있는 데, 이는 135억년 전에 해당 별에서 출발해 지구에 도착한 은하계ㆍ별의 빛을 보는 것이 된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년 정도로 추정되므로, 135억년전의 별과 은하는 '초기 우주'의 모습이다. 즉 웹 망원경은 135억년 전 우주의 초기의 별과 은하를 관찰해 형성ㆍ진화 과정을 연구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타임머신'으로 분린다.


또 먼 외계의 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해 행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현재 3000개의 행성을 찾아낸 상태다. 웹 망원경은 또 별에서 나오는 적외선 파장을 통해 구성 성분을 분석, 외계생명체가 존재할만한 행성을 찾아 내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ASA는 "(웹 망원경의 발사는) 과학의 아폴로 순간(대도약) 순간으로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행성에서, 별 성운, 은하, 그 너머의 모든 우주를 관찰할 수 있다. 우주와 외계행성의 비밀을 밝히는 한편 태양계의 생명체를 탐색하고 최초의 은하에서 보내는 희미한 신호를 검색할 수 있다. 별들의 탄생과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과 그 이상의 것들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수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12조원이나 들여 웹 망원경을 발사하는 등 주요국가들이 우주 관측에 나서는 것은 우주의 신비ㆍ생명체 탐색 등 과학적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미래의 우주 개척을 준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언제 닥칠 지 모를 우주에서의 위협에 대비하는 한편 신소재ㆍ신기술 개발을 통해 산업ㆍ의료ㆍ국방 등에 파생(스핀오프ㆍspin-off) 기술들을 활용할 수 있는 직접적인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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