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증권

ETN은 어떤 상품…만기 있는 파생결합증권 [WEALTH]

강민우 기자
입력 : 
2022-05-20 17:24:02
수정 : 
2022-05-20 20:34:26

글자크기 설정

증권회사 신용으로 발행
기초지수 수익률에 연동

2014년 첫선
294개 종목 거래

ETF가 못하는
원자재 등에 특화

증권사 부도시
투자금 날릴 수도
'쌍둥이'로도 불리는 상장지수증권(ETN)과 상장지수펀드(ETF)는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보완관계이기도 하다. 둘 다 거래소에 상장된 지수 추종 상품이란 점에서는 영역이 겹친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ETN이 원자재 등으로 투자 대상을 차별화한 덕에 투자자들은 다양한 선택지를 얻게 됐다. 2014년 11월 고작 10개의 상품으로 출발한 ETN 시장이 현재 293개 종목과 지표가치 10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한 배경이다.

초기 ETN 시장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처음 출시된 10개 상품 가운데 투자자들에게 이제는 친숙한 에너지·금속·농산물 지수 상품은 하나도 없었다. 그 대신 전략형 상품 등이 주를 이뤘다. 일례로 국내 출시 1호 ETN 중 하나인 '신한 USD K200 선물 바이셀 ETN'은 코스피200 선물과 달러 선물을 활용해 '롱숏' 전략을 구사하도록 설계됐다. 국내 증시 강세와 달러 약세가 예상되면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하고 달러 선물을 매도하는 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시 방향성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던 당시 상황을 반영한 상품이다.

시간이 흐르자 ETN은 ETF의 틈새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ETF가 투자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원자재·변동성 지수 등이 기초지수가 되는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을 넓힌 것이다. 자산운용사가 기초지수 구성 자산을 편입해 직접 운용하는 ETF와 달리 기초지수 수익률만 가져오는 ETN의 특징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각종 원자재 중심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처럼 다소 복잡한 상품들이 ETN의 주된 무대가 된 배경이다.

안길현 한국거래소 구조화증권시장팀장은 "이미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ETF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증권사들이 원자재와 레버리지형 ETN을 특화시킨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ETN이 상품 구성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운용의 용이함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ETN은 ETF보다 많은 재량을 부여받는다는 특징도 있다. ETF는 펀드이기 때문에 분산투자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파생상품 투자나 차입에도 한도가 있어 상품 다변화에 제한을 받기도 한다. 또 ETN의 경우 기초지수 요건이 5개 종목으로 최소 10개 종목 이상을 담아야 하는 ETF의 절반에 불과하다. ETN이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었던 배경이다.

ETN은 ETF와 달리 지수를 똑같이 따라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적오차'가 이론상으로는 없다. 발행회사인 증권사가 투자 기간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만기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지수가 5% 오를 때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수익률도 정확히 5%가 되기 어려운 것과 다르다. 실시간 매매의 특성상 ETN도 거래과정에서 수급이 한쪽으로 쏠릴 경우 괴리율이 발생할 수 있다.

안 팀장은 "ETF의 단점은 지수를 운용사가 얼마나 잘 쫓아가는지 역량에 따라 성과가 갈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수를 추종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 만큼 ETN은 이 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품을 발행하는 주체가 다른 만큼 신용 위험이 존재한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실제 자산을 편입하는 경우가 많다. 운용사가 망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면 그만이라는 의미다. ETN은 증권사가 한 약속이 상품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증권사가 망한다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강민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