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의 힘… 원자재값-환율 급등 속 ‘해외시장 개척’ 통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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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2분기 매출 4조5942억
해외영업이익 60% 이상 늘어
롯데제과, 해외매출 44% 성장
오리온도 러-베트남 등서 매출 확대
해외생산 식품업체들 실적 호조
운송비 절감에 환차익 수혜도 톡톡

CJ제일제당은 올해 2분기(4∼6월)에 매출을 4조5942억 원 냈다. 지난해 동기보다 22%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3934억 원)은 3.6% 증가했다. 이번 실적 호조는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식품사업부문의 해외 매출 성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내 영업이익은 축소됐지만 미국, 유럽 등 해외 영업이익이 60% 이상 확대돼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원자재비와 환율 급등 속에서도 해외 시장을 개척한 식품업체들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웃었다. K푸드 열풍을 바탕으로 글로벌 판매량을 확대한 것은 물론이고 현지 생산에 따른 운송비 절감, 환차익 등의 수혜를 입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 해외 사업이 식품기업 2분기 성장세 견인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2분기 매출 5678억 원, 영업이익 250억 원을 냈다.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4% 성장한 반면 국내는 1.8%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국내는 33% 줄어들었지만 해외는 83% 증가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인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국가에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매출 상승폭이 컸다”며 “국내는 합병에 따른 컨설팅 등 일회성 비용이 들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오리온도 해외 사업이 성장을 견인했다. 4∼6월 해외 매출(4045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확대되는 동안 국내 매출(2281억 원)은 17% 오르는 데 그쳤다. 6월 국가별 매출액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러시아가 89%로 가장 높았고 베트남(52%), 중국(25%), 우리나라(19%) 순이었다. 동원산업은 미국 참치캔 자회사 ‘스타키스트’ 등 해외 사업과 수출 실적을 중심으로 매출액 8563억 원, 영업이익 942억 원을 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59%씩 성장했다.
○ K푸드 열풍에 환차익, 물류비 절감 등 수혜 입어

해외 공략 식품 기업들이 대외 여건 악화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은 최근 K콘텐츠 바람을 타고 한국 식품에 대한 해외 시장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6월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7.9% 증가한 45억450만 달러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품목별로 보면 라면이 3억8370만 달러로 가장 큰 폭(20%)으로 늘었고 쌀가공식품(13%), 과자류(11.5%) 등의 성장세가 가팔랐다. 진출 국가와 상품 구색도 꾸준히 넓혀 왔다. 오리온은 지난해 7월 베트남 호찌민 공장에 주력 상품인 젤리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CJ제일제당은 올해 2월 베트남 롱안성에 만두, 가공밥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다.

해외 영업이익 증가폭이 국내보다 가파른 건 환차익, 물류비 절감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국제 곡물가와 팜유 가격, 주요국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원자재를 비싼 값에 수입해 내수시장에만 팔아서는 환손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국내를 벗어나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식품기업의 타격이 비교적 적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원부재료를 전량 수입해야 하지만 해외 생산 시 현지 조달이 가능해 1년 새 2배로 뛴 운송료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실적도 올 4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급등했던 유가와 곡물 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서면 4분기부터는 원가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8.6% 하락했고 이 중 곡물가격지수는 11.5%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곡물가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한다면 국내 영업이익도 개선될 것”이라며 “제품가 인상분도 하반기 영업이익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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