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투자 서학개미, 증권사에 집단소송
AT&T 투자 서학개미, 증권사에 집단소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할 배정 자회사 주식 배당소득세 징수 부당"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여의도 증권가.(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해외 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AT&T의 자회사가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받은 주식 과세 문제 때문이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서학개미들은 투자한 해외 기업의 구조 재편 과정에서 국내 주주들이 받은 자회사 주식에 대해 증권사들이 시가 기준으로 배당소득세를 징수한 것이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 100억원대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일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의 국내 투자자 92명은 미래에셋, 삼성, NH투자, 한국투자, 키움 등 12개 주요 증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해당 투자자들은 올해 4월 AT&T 1주에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라는 신설 주식 0.24주를 받았다. AT&T가 미디어 자회사인 워너미디어스핀코르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생긴 주식이다.

원천징수 의무자인 증권사가 징수 대상이 아닌 소득에 대해 세금을 거뒀기 때문에 전액을 반환하라는 주장이다. 청구금액은 2억9638만원이다. 이번 집단소송의 대리는 법무법인 윤성이 맡았다.

당시 증권사들은 투자자에게 시가 기준으로 배당소득세를 징수했다. 최종 해석 기관인 기획재정부가 WBD 시가(24.07달러)를 기준으로 배당소득세(15.4%)를 원천징수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의 판단과 달리 증권사들은 서로 다른 세금을 매겼다. 삼성,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3사는 기재부 최종 해석대로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한 반면, 미래에셋, 한국투자, 키움증권은 WBD 액면가(0.0056달러)의 15.4%를 징수했다. 이처럼 증권사별 각각 다른 배당소득세율을 적용한 것은 세금 부과 자체가 절적한지 여부와 별도로 또 하나의 논란이 됐다.

이번 소송의 청구금액은 적지만 그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집단소송에 참여한 투자자 92명 외에 다른 이들도 추가로 소송에 나서면 청구금액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AT&T 주식을 2억3717만달러어치(신주 배정 4월 5일 기준)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배당소득세 원천징수액은 약 108억4355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면서 양 측간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서자 증권사들은 난감한 입장이다. 과세당국의 해석대로 원천징수했을 뿐인데 모든 소송 부담을 증권사가 지게 됐기 때문이다. 소송 대상이 과세 당국이 아닌 증권사인 점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은 과세당국의 해석을 따라 원천징수한 것 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해외주식 과세 문제를 놓고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다만, 증권사가 패소하더라도 실질적인 손실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이 세금을 환급하면 원천징수의무자인 증권사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이번 소송 과정에서의 비용과 시간을 피해가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